2004-06-26

기술문서 번역

많은 사람들이 번역서를 읽을 때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차라리 원서를 읽는 편이 훨씬 더 낫겠다.". 저 또한 번역서를 읽을 때 이런 말을 공감한 적이 많습니다.

회사일로 가끔 외국 표준문서들을 읽어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드는 생각이 "이 문서들이 한글로 되어 있다면 얼마나 빨리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이 단순한 생각을 좀 더 발전시켜서, 중요한 (사람들이 많이 참조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다분한) 국외 표준 문서들을 번역해서 모든 대한민국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국가적인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생각들을 시작으로 기술번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나서 웹 서핑를 해보니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기술번역을 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W3C, IETF 등 표준문서 사이트를 서핑하다 보면 종종 일본어 버전과 영어 버전이 있는 곳을 만나게 되는 데, 이런 사이트를 만나면 기술번역 분야의 부재를 절감한다.

물론 해당 전문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해당 문서를 가장 적합하게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각 전문분야의 사람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서들을 해당 전문가들이 공들여 번역하고 이것들을 취합한다면 한 차원 높은 번역 문서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40-50대가 되면 이런 일들을 꼭 해보리라고 다짐하면서 시간 날때 취미로(?) 표준문서 번역작업에 참여해야 겠다.

2004-06-07

Stomach Flu와 병원 이야기


stomach flu Posted by Hello

캐나다에 있을 때, 애기가 많이 아팠던 적이 있습니다. 계속 설사를 하고 토하는 것이었습니다. 학원 선생님한테 물어보니 가벼운 질병은 Medical Center에 가는 것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까 훨씬 나을 것이라고 해서 캘거리 Westhills 몰에 있는 Medi center에 갔습니다.

Stomach Flu라고 하더군요. 감기 바이러스가 위에 들어가서 설사와 구토를 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아뭏든 외국나가서 가장 문제는 애기가 아플 때 입니다. 손짓발짓 해가며 설명하기가 굉장히 어렵더군요. 설명도 어렵지만 알아듣기도 어렵지요. 아픈 것과 관련된 단어들은 평소에 거의 접할 일이 없기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Diarrhea(설사)란 말을 몰라서 고생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Medi Center에 다녀와서 저녁먹고 누워있던 애가 갑자기 토하더니 팔이 굳고 눈이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놀래서 차에 태워서 곧바로 Children's Hospital로 갔습니다. 이 때가 밤 11시 였습니다. 한 참 기다려서 1시쯤 되어서 차례가 돌아왔고 병실로 갔습니다. 1시 30분 쯤 들어온 의사는 좀 진찰하더니 FEBRILE SEIZURES 라는 것에 대해서 한 참 설명해 주더군요.. 'SEIZURES' 처음에는 발음이 같은 sissors로 알아들어서 무슨 봉창 두들기는 소리인가 했더니 나중에 찾아보니 Seizures 더군요^^.

아뭏든 이런 현상은 5살 이전의 어린 애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열이 체온계에 나타나기도 전에 갑자기 3-4도 올라갈 때 체내 면역 시스템이 동작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더군요.
병원에서 이에 대한 안내책자를 주더군요, 중요한 설명부분이 있는 부분이 위 그림입니다. 애기 키우시는 분들 참고하세요...

설명만 열심히 하더니 Popsicle을 하나 주고는 다 먹이라고 하더군요(아래 그림은 조금 괜찮아졌을 때 사진인데요...사진에서 애기가 먹고 있는 것이 popsicle 입니다). 다 먹이고 나서 새벽 4시가 다 되어서 와서는 괜찮은 것 같으니 집에 가도 좋다고 하더군요(주사 한 대도 안 나주고...허탈하더군요). 마지막으로 설명해주는 것은 또 다시 애기가 굳는 현상이 있으면 병원에 오지 말고 시간을 재라고 하더군요... 5분이상 지속되면 위험한 거고 1 분 정도 있다가 없어지면 (이걸 보고 있는 것도 부모 마음은 찢어집니다) 건강한 것이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집에 와서도 2번 정도 Seizure가 더 있었지만, 의사말대로 1분 정도 있으니까 없어지더군요...체온도 재 보니 39도 까지 올라가던 애가 35도로 뚝 떨어지더군요...참 신기했습니다.

병원에 밤 11시에 가서 새벽 5시에 나오고 나니 다음에 더 큰 병이 나면 어떡하지하고 겁도 나더군요. 왜 그런가하고 나중에 이민하신 분들에게 물어보니 캐나다에는 의사가 모자라서 그렇기도 하고 원래가 약처방을 잘 안한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캐나다에 가서 병원 갈 일 있으면 기본적으로 한 2-3시간 쯤은 잘 참으셔야 합니다(애기 몸이 굳어서 곧 죽을 것 같을지라도...).

p.s 성질 급한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대한민국도 좋은 나라입니다^^


이민가지 맙시다

캐나다에 한 3개월 정도 살고와서 느낀 것은 철저한 준비없는 이민은 절대 금물이라는 것이다.

많은 이민자들과 얘기를 해 보았는 데, 대부분은 후회를 하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확실한 직장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과 평생 소수집단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자들 사이에 최고로 치는 직업은 은행 Teller인 데, 은행 창구에서 상담하는 직업을 얘기한다. 이것도 영어가 확실히 해결된 사람이나 가질 수 있는 직업이다.

대부분 한국의 교육환경에 질려서, 가족과의 문제, 치열한 근무환경 등등으로 이민을 가게 되는 데 한국에서 일류 대학/대학원 나와서 좋은 직장 다니던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4-5년씩 직장이 구해지지 않으면 가지고 온 돈은 다 까먹고 주유원이나 편의점 같은 곳에서 일하게 된다. 어렵게 직장을 구했다고 해도 정리해고 때 가장 먼저 짤리는 것은 이민자들이라고 한다.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1-2년 안에 영어를 해결하지 못하면 영어없이 사는 법을 배운다". 캘거리에는 주간시티라는 한인잡지가 있었는 데, 여기에 한인업소목록이 게재된다. 이 한인업소록을 보면 영어없이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드라이크리닝에서 부터 침 놓는 곳까지 생활에 필요한 것은 전부 다 있다.

하지만, 이런 한인업소는 사실 같은 종류의 물건을 파는 현지 업소에 비해 굉장히 비싸다. 일례로 캐나다 전역에는 우리나라의 이마트처럼 Superstore라는 대형 할인점이 있다. 많은 이민자들은 언어문제 때문에 한인상점을 많이 이용하는 데, 이 둘 사이의 가격차이는 굉장히 심하다. 시금치/당근/마늘/브로커리 등 왠만한 야채들을 비롯하여 생필품까지 전부 현지 업소에서 살 수 있는 데 가격은 반값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 업소가 잘 되는 것을 보면 영어를 해결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민자들이 얼마나 많은 가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한국에 직장만 다시 구할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다".

물론 좋은 것들도 많다. 훌륭한 복지제도, 교육제도, 사회제도 등. 이민 2세들은 이런 것들을 잘 누리고 살아가며, 이민 1세들은 이렇게 적응한 이민 2세의 반대에 부딪쳐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아뭏든 외국에 나가서 살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국내 회사의 해외지사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지 않다면, 다음과 같은 이민사회의 말을 잘 생각해 봐야한다.
"20대에 이민하면 성공하고, 30대에 이민하면 그럭저럭 살아가고, 40대에 이민하면 실패하고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