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9

[도서리뷰]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뛰어난 리더들의 공통 특성

GE의 잭 웰치, P&G의 A.G. 래플리, 레드헷의 봅 영, 이베이의 메그 휘트먼, 포시즌스 호텔의 이사도어 샤프, 인포시스 테크놀로지의 난단 닐레카니 등 산업계의 스타 CEO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스펜스, 20세기 최고의 경영학 구루로써 칭송받는 피터 드러커와 같은 대가들이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하는 과정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 있을까? 만약 그런 특성이 있다면 그것을 체계화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런 특성을 배우도록 할 수는 없을까?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하여 6년간 50명이 넘는 탁월한 리더들을 인터뷰한 후, 그들은 '통합적 사고'라는 두 가지 완전히 상반되는 아이디어를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성향과 능력을 공통적인 특성으로 가지고 있음을 밝혀냈다.

그러면, 뛰어날 리더들이 가지고 있는 통합적 사고방식과 전통적인 사고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통합적 사고방식 vs 전통적인 사고방식

사람의 의사결정 과정은 돌출요소-인과관계-구조-해결의 네 단계로 나누어진다. 의사결정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련의 돌출요소를 파악하고, 그런 요소들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사고 모델을 만들며, 인과관계들을 특정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조로 배열한 다음, 현안에 대한 '해결'에 이르게 된다. 가령 여행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여행계획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는 교통수단, 숙소, 활동, 비용, 음식 등의 돌출요소를 파악하고, 활동과 교통수단, 숙소와 음식, 교통수단과 비용 등 돌출요소 간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그런 후에는 교통수단, 숙소, 활동 등 가능한 돌출요소의 옵션들을 이렇게 저렇게 조합함으로써 구조를 파악하여 하나의 여행계획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다수의 여행계획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해외여행을 세워 본 사람이라면 정해진 예산 범위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여행계획을 세우는 일이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님을 알 것이다. 이런 복잡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 전통적인 사고방식은 돌출요소들을 가능한 줄이고 단계별로 나누어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합적인 사고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차이가 있다.

첫째, 돌출요소에 대하여 좀 더 폭넓은 관점을 가지고 더 많은 특징을 돌출요소에 포함시킨다. 가령 가족여행에서 가족들의 만족, 안전, 교육효과 등 더 많은 요소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둘째,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여러 방향의 비선형적인 인과관계를 검토하는 도전을 겁내지 않는다.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것은 아니므로 가족들의 만족도와 비용은 비선형적인 관계를 가질 것이다. 물론 계획을 세우는 데는 골치아프겠지만, 비선형적인 관계까지 고려함으로써 여행을 다녀온 후에 만족도는 더 높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째, 통합적을 사고하는 사람은 문제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서 각 부분을 독립된 별개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별적인 부분을 해결하는 동시에 전체를 시각화한다. 비행기 시간을 결정하는 것은 특별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처럼 전체 문제를 한꺼번에 생각하는 것은 복잡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상당히 유용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네째, 불쾌한 트레이드오프를 받아들이지 않고 언제나 긴장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을 추구한다

통합적 사고방식의 차이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포시즌스를 31개국에 75개의 호텔을 가진 업체로 성장시킨 이사도어 샤프의 사례를 들어보자. 1960년대 호텔사업에는 두 가지 모델이 있었다. 하나는 객실 수가 200여 개 남짓하고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편의 시설을 가진 모텔이고, 다른 하나는 750여 개의 객실에 회의실과 각종 식당, 연회실, 피트니스 센터 등 아주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춘 호텔이다. 전자는 편안함과 친밀함이 장점이지만 비즈니스 여행객들의 마음을 얻지는 못하는 반면 후자는 시장이 요구하는 편의 시설을 갖출 만큼 충분한 수입을 창출했지만 차갑고 비인간적인 장소라는 이미지를 버릴 수 없었다. 의사결정은 이 둘 사이에 하나를 선택하여 사업을 확장해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사도어 샤프는 두 가지 모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함께 고려하여 창의적인 해결을 추구했다. 즉, "소규모 호텔의 매력과 대규모 호텔의 장점을 결합"시킬 수 있는 중소 규모의 호텔을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고급 호텔보다 훨씬 적은 객실 수로는 그에 맞먹는 편의 시설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기존의 경제논리를 이렇게 탈피했다.

"차원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상당한 프리미엄 가격을 부과할 수 있을 것이고, 그 결과 최상의 편의 시설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객실 당 수입도 증가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24시간 비서 서비스, 크고 조명시설이 잘 된 책상, 24시간 룸서비스, 야간 구두닦이 서비스, 드라이클리닝, 다림질 등 집이나 사무실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서비스들을 호텔업계 최초로 제공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사도어 샤프는 어떻게 이런 혁신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일반적인 사람들의 의사결정 과정과 어떤 점이 달랐을까? 그건 바로 고객을 철저히 연구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돌출요소와 인과관계를 파악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급스러움은 호텔 건축물과 장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지만, 이사도어 샤프는 서비스라는 돌출요소를 더 발견하고 고급스러움과 연결함으로써 혁신적인 의사결정에 이를 수 있었다.


통합적 사고능력 키우기

평범한 사람들이 통합적 사고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개인의 지식체계를 입장, 도구, 경험이라는 세 가지 구성요소로 나누고 뛰어난 리더들의 입장, 도구, 경험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성들을 설명함으로써 개인들의 지식체계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입장은 "이 세상에서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추구하는가?"에 대한 답변이고, 도구는 "나는 사고를 조직화하고 세상을 이해할 때 어떤 도구와 모델을 사용하는가?"에 대한 답, 경험은 "전문기술과 감수성을 개발할 때 어떤 경험을 사용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가령 "세계적인 기업가가 되겠어"라는 것은 입장이다. 이런 입장을 가진 사람은 MBA과정을 등록하하고 다양한 회사에 다님으로써 이론과 프로세스, 경험법칙 등의 도구를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과 '도구'에 따라 경험을 선택하게 된다. 입장, 도구, 경험은 서로를 유도하고 촉진한다. "세계적인 기업가"가 입장인 사람은 추구하는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한 도구(예: MBA과정)를 갖출테고, 어떤 도구를 갖추었냐에 따라 경험(MBA가 필요한 일들)이 달라진다.

뛰어난 리더들은 다음과 같은 6가지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1. 기존 모델은 객관적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그것은 현실에 대한 주관적인 구성물일 뿐이다.
  2. 상반되는 모델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할 대상이다.
  3. 기존의 모델들은 완벽하지 않으며 더 나은 모델이 반드시 존재한다. 다만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4. 나에게는 더 나은 모델을 찾을 능력이 있다.
  5. 나는 필요한 복잡성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승부할 수 있다.
  6. 나는 스스로에게 더 나은 모델을 창조할 시간 여유를 준다.

이런 입장을 유지함으로써 좀 더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적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는 '생성추론', '인과모델링', '적극적 탐구' 등이다. 이 중 생성추론만 소개해보자.

우리는 연역적 추론과 귀납적 추론을 알고있다. 연역적 추론은 틀을 구축하고 그 틀을 문제에 적용하는 방식이고, 귀납적 추론은 경험적 관찰로부터 일반적인 규칙을 찾는 것이다. 연역적 추론은 추론의 토대가 되는 이론이나 모델이 필요하고, 귀납논리는 반복된 경험이나 관찰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론을 적용하기도 어렵고 충분한 경험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연역적 추론과 귀납논리는 없는 것을 발명하기 위해서는 적합하지 않다. 이런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생성추론이다. 생성추론은 기존의 모델과 맞지 않는 새롭고 흥미로운 데이터에 대한 최상의 설명, 즉, 최상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모델을 생성하고 그 명제의 개연성을 탐구하는 추론 과정이다. 나머지 도구들의 소개는 생략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뛰어난 리더들이 의사결정해야할 문제를 대하는 '입장'을 알았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하여 우리들 대부분은 복잡한 의사결정 상황에 처하면 빨리 상황을 종료하고 싶어서 그다지 명쾌하지 않은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피하지 않고 좀 더 폭넓은 사고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더 나은 모델을 창조하는 연습을 꾸준히 한다면 통합적 사고 능력을 키울 수 있고 나아가 뛰어난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