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07

이민가지 맙시다

캐나다에 한 3개월 정도 살고와서 느낀 것은 철저한 준비없는 이민은 절대 금물이라는 것이다.

많은 이민자들과 얘기를 해 보았는 데, 대부분은 후회를 하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확실한 직장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과 평생 소수집단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자들 사이에 최고로 치는 직업은 은행 Teller인 데, 은행 창구에서 상담하는 직업을 얘기한다. 이것도 영어가 확실히 해결된 사람이나 가질 수 있는 직업이다.

대부분 한국의 교육환경에 질려서, 가족과의 문제, 치열한 근무환경 등등으로 이민을 가게 되는 데 한국에서 일류 대학/대학원 나와서 좋은 직장 다니던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4-5년씩 직장이 구해지지 않으면 가지고 온 돈은 다 까먹고 주유원이나 편의점 같은 곳에서 일하게 된다. 어렵게 직장을 구했다고 해도 정리해고 때 가장 먼저 짤리는 것은 이민자들이라고 한다.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1-2년 안에 영어를 해결하지 못하면 영어없이 사는 법을 배운다". 캘거리에는 주간시티라는 한인잡지가 있었는 데, 여기에 한인업소목록이 게재된다. 이 한인업소록을 보면 영어없이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드라이크리닝에서 부터 침 놓는 곳까지 생활에 필요한 것은 전부 다 있다.

하지만, 이런 한인업소는 사실 같은 종류의 물건을 파는 현지 업소에 비해 굉장히 비싸다. 일례로 캐나다 전역에는 우리나라의 이마트처럼 Superstore라는 대형 할인점이 있다. 많은 이민자들은 언어문제 때문에 한인상점을 많이 이용하는 데, 이 둘 사이의 가격차이는 굉장히 심하다. 시금치/당근/마늘/브로커리 등 왠만한 야채들을 비롯하여 생필품까지 전부 현지 업소에서 살 수 있는 데 가격은 반값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 업소가 잘 되는 것을 보면 영어를 해결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민자들이 얼마나 많은 가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한국에 직장만 다시 구할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다".

물론 좋은 것들도 많다. 훌륭한 복지제도, 교육제도, 사회제도 등. 이민 2세들은 이런 것들을 잘 누리고 살아가며, 이민 1세들은 이렇게 적응한 이민 2세의 반대에 부딪쳐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아뭏든 외국에 나가서 살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국내 회사의 해외지사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지 않다면, 다음과 같은 이민사회의 말을 잘 생각해 봐야한다.
"20대에 이민하면 성공하고, 30대에 이민하면 그럭저럭 살아가고, 40대에 이민하면 실패하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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